불확실한 도전을 성공으로 만드는 확률적 사고

신사임당 주언규님을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유수진님, 김미경님 등 재테크나 자기 계발 분야의 유명인사를 인터뷰하는 콘텐츠였는데, 인터뷰어로서 연사의 말을 잘 이끌어내면서도 질문이 날카롭다고 생각했으나, 그의 책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긍정적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이후 개인적으로 리스펙 하는 분이 독서모임책으로 이 책을 선정하면서 책을 사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주언규님의 핵심콘텐츠는 인터뷰가 아닌 '사업'이었다. 그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기 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에 성공했고, 그 성공노하우를 강연 콘텐츠로 제작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 책은 그가 사업 성공시키기까지 훈련한 사고 및 행동방식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실패의 계획

책에서 배운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확률적 사고'방식이다. 그는 도전을 할 때, 성공을 필연으로 생각하지 말고, 항상 실패의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패는 당연한 것이므로, 자신의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까지 고려해, 여러 차례의 도전을 사전에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걸었다가 실패하면 열정 따위는 남지 않는다. 사업에서 실패는 필연적이다.

4,000만 원이 있었다면 40만 원짜리 게임을 100번 한다는 자세로 도전했어야 했다.

영원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시도를 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는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을 하나의 대상으로 두고 코칭하는데, 실패를 당연하게 전제하고 도전 횟수를 강조하는 관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확률의 측정

저자는 여러 번 도전을 계획하되, 매번 도전을 할 때 성공까지의 거리가 측정한 가능한 지를 반드시 점검하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여러 번의 시도를 한다고 한들, 성공 확률이 0%라면 추가적인 시도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0%의 일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거리가 계속 짧아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쇼핑몰이 쉬운 이유는 지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성공확률이 일정 수준으로 확인된다면, 그 확률에 맞는 리소스 투입량을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사위 게임으로 내기를 한다고 하자. 게임을 할 때마다 1만 원이 들고, '1'이 나오는 경우에 1만 원을 얻을 수 있다. 내가 한 게임을 하는데 드는 시도비용은 1만 원인 반면, 기댓값은 1/6만 원(약 1,700원)이므로 이 게임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 게임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 1,000원이고, '1'이 나올 때마다 10,000원을 받는 것으로 게임의 조건이 바뀐다면, 기댓값 / 시도 비용 = 게임의 수익률 = 1,700/1,000원 = 70%가 되므로, 이 게임은 시도할수록 내게 엄청난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리소스의 투입량은 확신의 정도에 비례한다. 확신을 가지면 사람을 고용해서 월급을 주고 대신 주워오게 할 것이다. 즉, 고정비를 올리는 선택을 한다. 확신이 없을수록 행동을 주저하게 된다.

확신이 서지 않는데 억지로 열정을 투입하면 결국 지쳐서 포기한다. 열정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확률과 기댓값을 알아내고 그에 따른 절차와 행동순서를 만들어라.

실행의 중요성

이를 위해 다시 한번 전제되는 것은 여러 차례의 시도다. 전례 없는 사건의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횟수의 실행이 필수적이다. 주사위 게임의 경우, 물리적으로 계산할 때, 특정 면이 나올 확률이 1/6 임을 시도하지 않고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주사위의 모습이 상자에 가려져 있다면 어떨까? 랜덤 숫자라고 인식하고 게임에 뛰어들 경우, '1'이 나올 확률이 1/6인지는 여섯 번의 시도 안에 알기가 어렵다. 여섯 번의 시도에서, 2,3,3,4,6,5가 나오는 경우, '1'이 나올 확률은 0으로, '3이 나올 확률은 1/3로 측정될 것이다. 충분한 횟수의 게임 이후에야, 1~6 사이의 숫자가 나올 확률은 각각 1/6이라고 측정될 것이다.

수차례의 시도를 실행하기 위해, 저자는 '실행하는 날'을 별도로 지정해서 ‘생각하는 날’과 분리한다고 한다.

실행하는 날은 피드백이나 개선안을 생각하지 않고 실행만 한다. 힘들어도 불평하지 않고, 결과가 좋아도 행복해하지 않고, 결과가 나쁘다고 좌절하지도 않는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처럼 실행할 뿐.

냉소적 시선

그의 모든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자세는 '냉소적 시선'이다. 그는 '열정', '긍정' 등의 감정적 단어를 배척하며 '확률', '시스템', '환경'을 강조한다. 여느 자기 계발서가 '할 수 있다'를 부르짖을 때, 이 책은 '만약 당신이 실패까지 감안해서 시도하고, 시도의 성공확률을 측정하며, 계속해서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둔다면', 그렇다면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먼가 열심히 일하는 느낌이 들어서 혼자만의 만족감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불필요한 리소스 투입이 초보 온라인 판매자를 지치게 만드는 1등 공신이다.

시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끌어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분에 의해 아웃풋이 좌우되면 붕괴된다. 억지로 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돈을 벌려면 내 감정과 무관하게 돈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쪽지를 남겨라. 그 쪽지는 자신이 가장 의욕적이고 똑똑할 때 남긴 것이니까.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들은 아침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저녁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아래 문장에서는, 그가 자기 자신조차도 '냉소적인' 혹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고자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대중의 기준에서, 자신이 속물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돈 벌려고 이 책을 집어든 나로서는, 돈에 대한 욕망을 직시하고 추구하며 숨기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이 태도가, 신뢰와 호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돈미새(돈에 미친 새끼)'이며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다.

대중과 시장의 현상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러한 냉소적 태도는, 관찰한 정보를 활용한 구체적 사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정확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의 성공비결 근간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에는 성공에 대한 확률적 사고의 관점 외에도, 자기 사업을 꿈꾸는 직장인이 어떻게 직장일에서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하는지, 커머스 운영과 유튜브에 대한 팁도 많이 담겨있다. 직장인으로서 자기 사업을 꿈꾸는 사람, 혹은 초보 사업가라면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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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비교가 안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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