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곳에서 떨어지자
‘승려와 수수께끼'책을 처음 알게된 것은, 아마 배민 창업자 김봉진 님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기업가로서 리스펙하는 그가 여러책이 아니라 이 책 단 한 권을 강력 추천했기에, 꼭 읽어야할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가 읽게 됐는데, 읽고 나니 정말 모든 창업가들에게 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저자가 여행하던 중 승려로부터 하나의 수수께끼를 받게 된 일화, 그리고 실리콘밸리 투자자로서 한 기업의 창업자와 교류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내면적으로 떠올리는 생각 속에,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철학들이 담겨있다.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하나로 귀결된다 : "원하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것이 성공의 길이다."
실패를 두려워할 때, 실패하게 된다.
투자자인 저자에게 접근한 창업자 레니는 원대한 커뮤니티사업을 만들고 싶어 창업을 생각했지만, 투자를 받기 위해 '다른 벤처사와 비슷한', '재무적 성과가 가시적인'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런 레니의 전략을 꿰뚫어 보며, 보통 사람들의 인생 전략인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금은 해야 하는 일을 한다'을 떠올린다. 이 전략은 실패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낮지만 예측 가능성이 높은 목표'를 잡는 방식이다. 저자는 오히려 이런 전략이 궁극적으로 실패 가능성이 더 높은 목표라고 말한다. 인생에서 애초에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레니의 사업은) 본래 의도가 드러나는 것을 최소화하고 진짜 시험을 피해 가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사업이다. 목표를 너무 낮게 잡은 것이다. 커다란 구상을 세상에 내보이지 않은 채 실패할까 걱정하며 망설이고만 있다.
변화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통제 밖의 변수가 존재할 때는 아무리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도 실패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당신이 똑똑하면 위험부담이 15-20퍼센트 정도 감소한다. 하루에 24시간 일한다면 15-20퍼센트 정도 감소한다. 나머지 60-70퍼센트의 위험부담은 당신이 절대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생에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예측 가능하다고 믿는’ 범위 내에서 목표를 잡아서는 안된다. 원하는 수준을 얻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목표를 높이는 것뿐이다. 계란을 1m에 떨어뜨리되 깨뜨리지 않으려면, 1.5m에서 떨어뜨려야 하는 것처럼.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적당한' 도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원하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뛰어내리는 것이 더 안전하다.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거나 없애기보다, 성공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저자는 또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만족감'과 '시간'을 포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말한다.
안전 제일주의는, 돈을 위해 시간과 만족감의 부재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시간과 만족감이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위험부담은 아무것도 아니다.
위험부담을 고려하다 보면,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평생을 낭비하게 된다... 평생 계속되는 베팅으로 이어지고 원래 가지고 있던 꿈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을 숱하게 보아왔다.
'원하는' = 만족감, '삶' = 시간, 이라고 보면, 만족감을 돈을 위해 희생시키는 것 자체가, 계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멕시코 어부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했다. 우화에서 한 사업가는 어부에게 물고기를 더 많이 잡고 사업을 키우자며, 사업을 키우면 한적한 해변에서 여유롭게 살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어부는 이미 그렇게 살 수 있는데 왜 물고기를 더 많으며 내가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냐며 거절한다.
원하는 삶은, 원치 않는 일을 하는 불만족스러운 시간의 연속으로 구성될 수 없다.
사람을 중심으로 일하면 사업은 저절로 된다
그는 진정한 열정을 따르는 높은 목표의 사업을 해야한다는 '전략'에 이어, 그 전략의 근간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 없는 사업은 무의미하다. 최우선으로 살펴야 할 사람은 서비스를 제공할 시장, 그다음은 함께 일하는 팀원, 마지막이 사업 파트너와 협력업체다.
비즈니스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재정이 아닌 애정이다.
관리는 시간과 예산 내에 원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리더십은 인격과 비전으로 다른 사람을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도록 만든다.
개인적으로 요즘 재무 성과와, 관리가 강조되는 회사에 다니면서, 내면이 기계화되어 가는 느낌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보니, 저자의 이런 가치관이 가뭄의 단비처럼 와닿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장과 팀원과 파트너가 모두 만족하는 이상적인 사업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구심도 들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팀원(직원)의 업무 속도에 관대하고, 파트너에게 만족할만한 재무 성과를 줄 수 있을까? 저자나 빌캠벨이 있던 회사에서 그게 가능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을지 정말 궁금하다. 다음은 그런 조직에서 일하거나, 안되면 그런 조직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실제로 책에 등장한 circle of life라는 기업이 있는지 찾아봤을 정도로, 창업자 레니의 캐릭터와 그의 사업 모두 현실감이 있었다. 보통 책을 읽다가 생각이 많아져 잠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누워서 읽으면서도 잠이 오지 않았고, 이틀간 2번의 독서만에 완독 할 수 있었다. 저자는 전문 작가가 아닌데도, 자신의 거대한 철학을 현실감 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풀어냈다는 점이 대단하다.
이 책은 인생책으로 보관하고, 인생에 대해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 때마다 다시 펼쳐들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