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와 승려가 가져야 할 공통적 삶의 자세
몇 년 전 처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읽었을 때는 바른말만 하는 재미없는 책, 그냥 사회에서 익히 들은 '좋은 말' 모음집으로 여겨졌고, 돈과 시간이 아깝다 여길 정도로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당시에는 이 책을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하는 다른 지인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 후, 삶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떠올라 이 책을 다시 집어든 지금은 이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삶에서 믿고 꾸준히 실천한 철학, 그리하여 바라는 대로 꿈을 이루기까지의 여정을 진정성 있게 담고 있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일본 일류 전자부품 회사), KDDI(일본 2위 통신사)의 창업자이며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중 한 명이다. 은퇴 후 탁발승이 되었으나 일본 총리가 파산한 JAL(일본 국적기 항공사)을 부활시켜 달라 부탁하자 다시한번 경영에 복귀하여 성공적으로 JAL을 재건했다. 그는 한 때 기업가였고 한 때 승려였으나, 그에게 필요했던 삶의 자세는 기업인으로서나 승려로서나 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가 추구한 삶의 자세를 요약하면, (1) 높은 목표와 그에 대한 강력한 열정을 갖고 (2) 긍정적으로 (3) 우직하게 하루하루를 성실히 (4) 항상 스스로를 성찰하며 (5) 사회를 위하고 (6) 욕심부리지 않고 겸허하게 사는 것이다. 나는 저자가 말한 여러 삶의 자세에서 (1) 열정과 (3) 성실과 (5) 이타심이 가장 인상 깊었다.
열정
저자는 일의 성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열정의 크기라고 말한다.
'바라고 원하는 바가 얼마나 크고 높으며 깊고 뜨거운가' 이것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단 하나의 요인이다.
원하는 것을 그저 생각하고 바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엄청나게 절실히' 원해야 한다.
정말로 절실히 원한다면 목표 지점을 '미래 진행형‘으로 생생히 볼 수 있게 되며, 볼 수 있게 되면 반드시 이루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사업에도, 인생의 다른 영역에도 적용된다.
인간이란 원래 소질과 능력이 없는 일에는 그다지 열의가 들지 않는 법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성공한 모습을 생각하고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끌어당김의 법칙 등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서는 무수히 많지만, 생생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짚은 것이 색달랐다.
아마 진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마음이 그 목표지점에 먼저 도달해, 목표가 이루어진 상태가 어떤 모습일지 자연스레 상상하게 되고, 그 모습을 스스로에게 설득하기 위해 목표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생각하게 되어, 당장의 계획과 실천을 시급하게 만들게 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원리가 아닐까 싶다.
성실
저자는 교세라에서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는 우직한 사람들이 결국 중요한 인물이 되어주었던 것, 스펙이 좋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때, 성실이 재능만큼 중요하다고 믿는다.
재능과 지혜를 가진 이들은 어설프게나마 미래가 보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오늘 하루를 차분히 살아가는 거북이걸음을 기피하고, 토끼처럼 최단 거리를 가려고 한다.
어쩌면 성실은 앞서 말한 '열정'의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길로 한 발짝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하루하루를 결코 안일하게 보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정진하면서 저절로 정신력이 단련되고 깊이 있는 인격을 형성하게 된다.
편안한 길에만 안주한다면 결국 자신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는커녕 썩히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된다.
특이한 점은 저자가 장기 계획을 짜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종 목표지점에 대한 열정을 갖고, 현재 성실히 실행할 것, 이 두 개에만 집중하며 중간 과정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남겨둔다.
내가 장기 경영 전략을 세우지 않는 이유는 우선 오늘이라는 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이다.
이타심
이 책은 도덕교과서를 자기 계발서 형태로 번역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타심을 중요시하고 있다. 기업가로서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것조차도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이 전제가 되어야만 더 크고 오래가는 기업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승 곡선만을 유일한 '선'으로 여기며 조급해하고.. 욕망이라는 번뇌를 원동력으로, 우승열패의 원리만 따르고, 물질적 풍요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왕도가 아닌) 패도의 철학이다.
상대에게도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 장사의 본질
상인의 이익은 무사의 녹과 같다. - 이시다 바이간
좀 경박해 보일지는 몰라도 꾸밈없이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 그런 마음가짐이 단조로운 연구나 사소한 업무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이타심을 가져야 성공한다는 그 논리 근거로는, '원래 인간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에' 이타심으로만 행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이타심은 곧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므로 큰 이기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은 매우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정말 정말 감사하다', '사회에 보은 해야 한다'라고 실제 생각하며 살아왔고 결국 기업인으로 성공한 저자의 여정 자체가 멋져서 감정적으로 설득이 되었다.
회사/사업 경력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마음을 울릴 책
책의 내용은 자칫 뻔할 수 있고, ‘혼’에 관한 부분 등 일부 의견은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설득하려 하기보다 고서를 인용하고 종교서처럼 막연히 정의 내려버리고 있어 매끄럽지 않은 면이 있다. 다만 이나모리 가즈오가 실제로 삶에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을 상기하고 읽다 보면, 그가 자신이 삶에 대해 진심으로 믿고 행동한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 느껴져 그것이 귀하다. 책을 읽는 동안 한 인간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은 시간이었고, 이나모리 가즈오와 가끔 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미루며 바쁘게 달려온, 직장 혹은 사업 5년 차 이상에게 추천한다.